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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 깊이 읽기

djinal 2024. 2. 6. 16:01


공자는 요순 시대부터 하은주를 거쳐 춘추 시대 진목공(秦穆公)에 이르는 주요 왕실의 문서를 선별하여 서경(書經)을 집필했다. 서경은 중국에서 ‘상서(尙書)’로 통한다.상서는 모두 50편이며, 그 가운데 4편*은 상중하로 나뉘어 있어 모두 합하면 58편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그 시기의 대표적인 군신의 말과 논의 그리고 행적에 관한 기록이다. 비록 군신 간의 언행이라는 것이 주제도 넓고 내용도 풍부하긴 하지만 몇 개의 공통된 주제로 집약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정치이며, 더 세분화하면 ‘정의 도(政道)’와 치의 술(治術)‘이다.*14편 태갑太甲·16편 반경盤庚·17편 열명說命·21편 태서泰誓저자 위중선생은 한 편 씩 읽고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기록했다. 세월이 지나 상서를 완독하게 되었고, 독서기도 50편이 쌓였다. 이 책은 저자의 상서에 관한 독서기다.책의 원제는 ‘바람과 풀(風草與)’이다. 왜 바람과 풀인가. 군주와 백성의 관계가 이와 같기 때문이다. 군주가 정치를 행하는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이 교화되는 것은 ‘풀’과 같아서, 바람이 불면 눕지 않는 풀이 없듯이 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면 따르지 않는 자가 없게 된다. 따라서 바람과 풀은 군주와 백성의 은유이며, 고대 정치에서 이 둘의 관계와 역할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상서의 마지막 제50편을 보면 진목공은 세 장군에게 명하여 정(鄭)나라를 공격했다가 대패한 뒤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한다. “나라가 위태로움은 한 사람 때문이며, 나라가 영화롭고 편안함은 또한 한 사람의 경사다.” 여기서 상서 전체의 결론으로 볼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는 사람에 달려 있다(爲政在人).”나는 이 책을 고 신동준 선생이 우리말로 옮긴 『서경』(인간사랑, 2016)과 같이 읽었다. 이 책이 고인의 서경보다 3년여 일찍 나왔다.고인에 따르면 『서경』은 원래 『서(書)』로 불렸다. 『서경』은 『시경』과 더불어 고대문학의 양대 기념비로 간주되고 있다. 『시경』이 운문 문학의 시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서경』은 산문의 효시라고 일컬어진다. 『서』가 이후 소중한 경전이라는 의미의 『서경』 내지 받들어야 하는 책이라는 뜻의 『상서』로 불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유가의 위치가 전례 없이 높아진 결과다. 상(尙)은 고대 성왕의 언행과 사적을 담은 까닭에 크게 높일 만한 글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위중 선생은 매 편마다 어떤 사건을 다룬 기록인지 그 유래를 밝히면서사건의 전후 맥락을 짚어내는 한편, 알기 쉬운 해설을 덧붙여 한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하은주 흥망성쇠를 둘러싼 주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고, 군신(왕·방백·제후)들의 권력 구조가 어떻게 대립되었는지 상세히 엿볼 수 있다.본문에 『흠정서경도설』(1905년 간행)에 수록된 삽화가 다수 들어가 있어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상서 를 ‘정政의 도道’와 ‘치治의 술術’로 읽어낸 책이다. 이 책의 부제 동양의 정치적 상상력 에서도 알 수 있듯, 상서 에는 동아시아 초기 문명에서 정치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 책엔 훈고·교감·전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복승의 금문상서 와 매색의 고문상서 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원문의 정확한 번역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번역이 때로는 진정한 근본적 의리義理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을 하이데거는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전문 연구서 가 아니며 상서를 통한 인문학적 실천 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상서 에 관한 소소한 이해를 적은 것은 절대 성인의 말씀을 대신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옛 성인의 끊어진 학문을 계승하는 것도 감히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이런 방식을 통해 상서 에 묘사된 광활한 세계로 들어가서, 그 속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유년기와 태생지를 돌아보며 초창기의 그림자 속에서 어떤 문명질서를 상상해보기를 바랄 뿐이다. (자서) 저자는 현대에 통용되는 청대 십삼경 주소본을 텍스트로 삼아 한 편을 다 읽을 때마다 생각과 감상을 기록했다. 상서 는 모두 50편이며, 그 가운데 4편은 상·중·하로 나뉘어 있어 모두 합하면 58편이 된다. 세월이 지나 상서 를 완독하게 되었고 ‘독서기’도 50편이 쌓였다. 이 책은 그런 독서기의 모음인 셈이다.


한국어판 서문
자서自序

제1부 우서虞書

│제1편│요전堯典│ 동아시아 문명의 창세기
│제2편│순전舜典│ 순의 정치 역정
│제3편│대우모大禹謨│ 선양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4편│고요모皐陶謨│ 요순 시대의 사상가
│제5편│익직益稷│ 정치에서의 복식과 음악

제2부 하서夏書

│제6편│우공禹貢│ 천하天下체계의 형성
│제7편│감서甘誓│ 선양제도의 종결
│제8편│오자지가五子之歌│ 최초의 태평성대를 바라는 충언
│제9편│윤정胤征│ 총자루와 칼자루

제3부 상서商書

│제10편│탕서湯誓│ 혁명의 이유
│제11편│중훼지고仲훼之誥│ 여론 규제와 위기 관리
│제12편│탕고湯誥│ 덕성정치와 폭력정치
│제13편│이훈伊訓│ 사상가와 정치지도자
│제14편│태갑太甲│ 군주를 길들일 수 있을까?
│제15편│함유일덕咸有一德│ 신념의 역량
│제16편│반경盤庚│ 군주는 정치의 원동력
│제17편│열명說命│ 현명한 재상이 성군을 만든다
│제18편│고종융일高宗?日│ 국가와 제사
│제19편│서백감려西伯戡黎│ 옮겨가는 천명
│제20편│미자微子│ 정치 흥망의 노선도

제4부 주서周書

│제21편│태서泰誓│ 정치법률화의 성공 사례
│제22편│목서牧誓│ 천인합일과 도법자연
│제23편│무성武成│ 국가 안정의 장정 _226
│제24편│홍범洪範│ 점복은 일종의 정치술
│제25편│여오旅獒│ 누가 덕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을 선양하는가?
│제26편│금등金등│ 오해받은 주공
│제27편│대고大誥│ 정치 동원의 예술
│제28편│미자지명微子之命│ 귀족 정신과 귀족 기상
│제29편│강고康誥│ 덕과 벌의 혼재
│제30편│주고酒誥│ 정치의 이성과 격정
│제31편│재재梓材│ 정권의 윤리 기반
│제32편│소고召誥│ 덕의 세 가지 면모
│제33편│낙고洛誥│ 대부정치代父政治
│제34편│다사多士│ 전쟁을 결의하고 어찌 물러날 수 있겠는가
│제35편│무일無逸│ 모범적인 군주의 초상
│제36편│군석君奭│ 성군현신의 유혹
│제37편│채중지명蔡仲之命│ 은혜정치
│제38편│다방多方│ 정치의 연꽃이 피어나는 진흙탕
│제39편│입정立政│ 천하의 소유권과 경영권
│제40편│주관周官│ 서주의 정치 체계
│제41편│군진君陳│ 바람과 풀의 은유
│제42편│고명顧命│ 정치는 희극과 같다
│제43편│강왕지고康王之誥│ 뜨거운 태양이 막 떠오를 때
│제44편│필명畢命│ 정치의 핵심 기술
│제45편│군아君牙│ 교화의 정치와 법전의 정치
│제46편│경명경命│ 신복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
│제47편│여형呂刑│ 주 목왕의 법치 이념
│제48편│문후지명文侯之命│ 서주 말기의 5대 모순
│제49편│비서費誓│ 방백 체제의 장단점
│제50편│진서秦誓│ 위정재인爲政在人의 위기

후기
옮긴이 주註
옮긴이의 말